3월 20일 수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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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하고 3주째? 된 거 같다.
최근 느낀 점 몇가지
1. 인간은 호르몬의 동물이다.
렉사프로를 복용한지 2주가 넘어가는데,
먹기 전에 느꼈던 모든 부정적이고 구린 감정들이 싸그리 사라졌다.
남들의 무신경한 한마디가 죽으라는 말처럼 들리던 그런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게 무슨 느낌인지 기억도 안 난다.
뭐든지 다 잘 될 것 같은 희망이 생겼다.
2. 아주 작고 간단한 차이를 느꼈다.
오늘 아침에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기로 해놓고 깜빡했다.
저녁 6시쯤 집에 돌아와서, 음식물 쓰레기가 남아있는 것을 깨달았다.
그 전 같았으면 내일 아침에 버리지 뭐, 하고 미뤄뒀을 일인데
이미 실내복으로 다 갈아입은 상황임에도
굳이 외출복으로 다시 갈아입고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
일을 미루거나 귀찮아하는 성미가 싹 사라졌다.
원체 나기를 게을러빠진 인간으로 태어났구나, 그렇게 여겼는데
약 먹고 '천성'까지 고쳐지니 참 인간 별 거 없구나 싶다.
3. 내일은 귀찮은 전공 과목 발표가 있는 날이다.
내 차례는 아니고, 조원의 발표를 지켜보아야 한다.
이런 상황은 조금 괴롭다.
발표 자료를 만든 사람과 발표자가 다르면
서로 강조하는 부분도 달라 필연적으로 어긋나게 된다.
이번 발표 자료는 내가 만들었다.
내가 발표자라면 이러한 순서로 하겠지~ 상상하며 수십여 장의 슬라이드를 만들었는데
발표할 조원은 이래저래 고칠 부분이 많다고 피드백을 주었다.
갈등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비효율적인 작업방식에 두 사람 다 피곤을 느꼈다.
4. 좋아하는 배우의 차기작 표를 예매했다.
무려 4월 21일자다. 오늘이 3월 20일이니 앞으로 한 달이나 남았다.
어쩐 일로 손가락이 신속하게 움직여 주어서 1열에 앉게 되었다.
시놉시스만 보면 그다지 기대되는 작품은 아닌데
그 배우는 특유의 매력이 있고 노래를 무척 잘하기 때문에
차기작이 있으면 꼭 찾아보게 된다.
실은 늘 본진 배우라고 부르는데 어쩐지 민망한 단어라서
요즘은 '좋아하는 배우' 쯤으로 순화해서 부르고 있다.
5. 뮤지컬 '해적'을 보았다.
MJStarfish의 작품은 '최후진술' 이후로 두 번째인데
'최후진술' 보다도 더 명확한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으면서
(최후진술은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 같다)
더 키치한 감성을 보여주고 (인터미션에서 정말 깜짝 놀랐다)
'최후진술'과 비슷한 따뜻한 인간애를 전해주었다.
이희준 작가가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식이 좋다.
분명한 존재감, 그리고 추상적인 성질.
요란하고 말도 안 되지만 부정하고 싶지 않은 '사랑'이라는 것을
정말 현상 그대로 보여준다.
세상 모든 것을 사랑하고 싶은 나 같은 사람에게는
2막의 모든 부분이 눈물 포인트였다.
그래서 돌아오는 주말에도 볼 거다. 그 사랑하는 사람들의 눈동자를 나는 또 봐야겠다.
6. 내일 아침에는 조금 더 일찍 일어나서 중국어 단어를 외울 거다.
실은 내게 너무 쉬운 수준의 단어들인데
수강생들을 쭉 보니까 다들 중국어로 한 가닥씩 하는 사람들 같았다.
초급 중국어 강의에 들어와 좋은 학점을 따려는 속셈인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이므로 비난하고 싶지 않다)
그러니 초급 단어라고 나는 다 알지~ 하며 대충 다녀서는 학점을 말아먹게 생겼다.
결국 내 목표는 시험을 통과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어로 한 가닥씩 하는 다른 학우들과 경쟁하여 우위를 점하는 것이다.
차라리 실력에 맞는 강의를 들어가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
7. 요즘 꽂힌 노래. 종현의 Rewind.
종현의 Poet | Artist 앨범은 선뜻 듣기 힘들었다.
거침없이 들을 수 있게 된지 얼마 안 됐다.
트랙이 많은데 Rewind가 가장 마음에 와 닿는다.
그는 '권태'를 가장 잘 표현하는 아티스트다.
사실 음악을 만든다는 건 어지간히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어려운 일일 것이다.
전업은 아니지만 나 역시 창작을 하는 사람이니
수많은 작업물을 낸 그가 얼마나 대단한 일벌레였는지 알만하다.
그렇게 '부지런히' 일해서 '권태'를 담아냈다니...
독특한 아티스트다. 대단한 아티스트다.
投稿者 gk3rny | 返信 (0) | トラックバック (0)